도르 조형래: 7번의 실패와 1만 배의 성장을 이끈 건 목표와 유저를 향한 확신
202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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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송언 · Branded Content Marketer
본 인터뷰는 2025년 4월 21일 진행되었습니다.
"창업 안 하는 게 좋아요."
도르(Dor) 조형래 대표가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한 말이에요.
도르는 게이머가 자신이 활약한 순간을 쉽게 녹화하고 편집해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로 월간 활성 유저 48만 명, 누적 유저 200만 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꼭 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창업하지 마세요. 우주가 나를 창업하도록 밀어주는 기분이 들지 않으면요."
그는 2년 동안 7번의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자금이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죠.
같은 시기에 시작한 다른 창업자들은 하나 둘 포기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동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21살, 우주의 종말을 생각하다
조형래 대표의 창업은 거대한 철학적 사유에서 출발했어요.
시작은 21살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예상치 못하게 군 면제를 받으며 2년의 시간이 생겼어요. 붕 뜬 시간 동안 인간 조형래는 존재론적인 고민을 거듭했어요.
“우주의 종말은 빅 프리즈, 차갑고 어둡게 모든 것이 얼어붙으며 끝난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끝나는 순간까지 인류가 살아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때까지 내가 일말의 기여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 두 가지 목표가 저를 사로잡았어요.”
목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인류를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게 하는 것'. 그때 내린 결론이 결국 창업이었습니다.
“그 목표를 이루려면 과학자, 정치인, 창업가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과학자가 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고, 정치인처럼 판을 깔기보다는 깔린 판 위에서 활약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창업을 택했죠.”
이게 바로 조형래 대표가 거듭한 실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창업, 그리고 인류의 진보는 그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거든요,
이기는 게임을 하기 위한 전략
수많은 분야 속에서도 게임을 선택한 건 전략적인 계산의 결과였어요.
“저는 지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요. 항상 이기는 게임을 하고 싶거든요. 창업에 앞서서도 여러 가능성과 확률부터 계산했어요.”
① 내가 관심 있고 잘하는 분야인가? → 책 혹은 게임
② 사람들이 많이 하는 행동이 있는 분야인가? → 게임
“이 거창한 꿈을 이루려면 '스윙 바이' 전략이 필요했어요. 우주선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속도에 힘을 붙이듯,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먼저 성공을 만들고 그 힘으로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거죠. 게임 업계에서 성공하여 자본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걸 발판 삼아 더 큰 꿈으로 나아가고자 했습니다.”
갈 길이 먼데 얌전히 졸업을 기다릴 수는 없었어요. 업계에서 도드라지는, 주목하는 대학생이 되어야했죠.
학교에서 게임 동아리를 만들어 프로 선수팀처럼 운영했고,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며 스펙을 쌓았어요. NVIDIA, 블리자드 같은 회사에서 스폰서십을 받아왔습니다.
그렇게 22살, 조형래는 LCK 리그의 PD로 취업에 성공했어요. 주 7일, 120시간씩 일하는 생활이 3년 동안 이어졌어요. 원래의 목표를 잊은 채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그러다 2021년 4월, 아프리카 TV에 입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죠. 주 4일, 30시간. 편안한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경각심이 들었어요.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인가?’. 조형래 대표는 창업으로의 항해를 위해 항로를 조정합니다.
그리 하여 다시 한 번 두 가지 질문을 던졌어요.
① 80살이 됐을 때 이 결정을 돌아봤을 때 후회할까? → 퇴사하지 않고 계속 회사를 다닌다면 언젠가 정말 크게 후회할 것 같다.
② 급변하는 세상에서는 리스크를 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다. 나는 어떤가? → 리스크를 너무 두려워하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야겠구나.
8월 14일 회사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인 8월 15일 광복절에 퇴사했습니다. 그리고 16일, 팀을 모아 집 근처 카페에서 창업을 시작했어요.
첫 번째 실패 : 일주일 만의 깨달음
가장 처음 떠올린 아이디어는 선수단의 게임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였어요.
"축구, 농구, 야구 같은 다른 스포츠는 모두 데이터로 선수를 육성하는데, 정작 데이터로 이루어진 게임에서는 아무도 활용하지 않는 게 의문이었어요.”
“일하며 체감하기에 방송국에서는 계속해서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어 했어요. e스포츠 팀에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집단 자체가 없어서 니즈를 인지조차 하지 못한 것 같더라고요."
4년 넘게 게임 업계에 있으면서 느낀 불편함을 가져왔어요. 꽤 확신을 갖고 시작한 아이템이었죠.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한국 내 약 100개 게임사에 연락했지만, 딱 한 곳에서 답장이 왔어요. 그마저도 ‘우리는 쓰지 않을 것 같다’는 정중하고 단호한 입장이었죠.
"그때 깨달았어요. 아무도 관심이 없구나. 니즈가 없는 거구나.”
창업 일주일 만에 첫 번째 피봇을 결정했습니다. 사실 충격이 컸어요. 확신을 갖고 시작한 아이디어가 일주일을 못 버티고 무너진 거죠.
하지만 조형래 대표는 이상하게 절망보다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고 해요.
“나중에 깨달았는데 제가 이렇게나 오래 여러 번의 피봇을 결정하고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예요. 실패에 대한 감정적 동요가 크지 않다는 것. 저는 회복 탄력성이 좋아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요."
2, 3, .. 그렇게 7번째 실패까지.
이후로도 피봇의 연속이었어요. 기업이 아닌 게이머 개인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 같은 실력의 게이머끼리 매칭해주는 서비스..
다행히 아이디어가 많은 편이라 한 제품이 실패하더라도 곧장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함께 하는 팀원들은 지쳐갔어요.
“5번 정도 실패하니 ‘이번에는 될 거야’ 하는 내부의 기대가 점점 사라지더라고요. 저는 대표니까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팀원들은 그게 아니잖아요.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도록 계속 작은 성공을 만들어주려 했어요."
"정부 지원 사업 선정, 언론 노출, 각종 수상까지. 누군가는 ‘창업의 본질이 아니다’, ‘의미 없다’ 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 작은 성공들이 팀의 사기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줬어요.”
성공을 눈 앞에 둔 것 같은데 실은 허상일 때. 그것만큼 허탈한 게 없죠. 어떻게든 유저를 데려오는 게 강점이었던 팀은 그런 좌절을 몇 번이고 겪었습니다.
“한 번은 게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한 달 간 약 4만 명의 유저가 사용했죠. 그런데 리텐션을 확인하니 0%더라고요. 어떻게든 데려온 유저들은 일주일을 채 사용하지 못하고 떠났어요.”
처음으로 마주한 유저의 진짜 마음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조형래 대표는 처음으로 유저에게 직접 물어보기 시작했어요. 실제 유저인 척 하며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다가 친해진 유저에게요.
조형래요즘 안 보이네. 이거 왜 안 쓰고 있어?
유저재밌긴 한데, 여기 게임 영상 올리려면 녹화하고 편집하는 데 4시간이나 걸려. 나 그냥 그 시간에 게임할래.
조형래그럼 1분 만에 만들 수 있게 해주면 쓸 거야?
유저무조건 쓰지.
오기로 되물은 질문에 확신에 찬 답을 얻었습니다. 그게 도르의 시작이었어요.
지금껏 본 적 없는 수치, 전환율 34%
그날 밤, 4시간 동안 디자인해서 랜딩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매일 일어나는 멋진 플레이, 놓쳐서 아쉬웠던 적 없으신가요? 간편하게 녹화하고, 클립으로 만들어 공유하세요!’ 다운로드 링크를 주겠다며 이메일 주소를 받았죠."
조형래 대표의 개인 인스타그램과 여러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 홍보하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약 200명의 사람이 랜딩페이지로 들어왔고, 그 중 3분의 1은 이메일 주소를 제출했어요.
"전환율이 34%나 되었던 거예요. 2년 만에 처음 보는 숫자였어요.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아, 이번엔 뭔가 다르다. 이건 한 번 해봐야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날 곧장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정말 최소한의 기능만 넣어 빠르게 만들었어요. 화면이랄 것도 없었죠. 설치한다고 프로그램이 보이지도 않았어요. 백그라운드에서 실행되다가 게임이 끝나면 폴더 하나를 만들어주는 게 다였습니다. 그 속에는 게임 플레이 중 중요한 순간들이 자동으로 녹화된 클립들이 들어있었어요.”
이메일 링크를 제출한 사람들 대부분은 실제 다운로드까지 이어졌습니다. 모두가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제품을 사용하는 유저들 한 명 한 명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제품을 개선해나갔죠.
“유저들의 게임 아이디를 함께 받았거든요. ‘도르 개발자’라는 닉네임으로 게임 속 유저들에게 친구 요청을 보냈어요. 그 중 인터뷰까지 수락한 유저들을 디스코드로 만났습니다.”
“유저들의 진짜 불편함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어요. 계속 하다보니 비숫한 게 보이더라고요. ‘앱 내에서 재생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폴더 관리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떤 클립이 어떤 장면을 담고 있는지 구분이 잘 안 돼요’. 피드백을 받으면 제품에 바로 반영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주 4회 업데이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매일 아침 미팅에서는 ‘오늘 뭘, 왜 해야 할지’, ‘이 개선 혹은 이 기능이 어떤 지표를 개선할 수 있을지’ 논의했습니다. 저녁이 되면 데이터를 확인했고요.
“매일 제품과 가설, 유저와 데이터에 대해 이야기 나눴어요. ‘어제 리텐션은 어때는지’, ‘유저수는 늘었는지 줄었는지’, ‘이 기능이 정말 효과가 있었는지’. 입이 닳도록요.”
물론 수치의 성장은 호락호락하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가요. 그렇게 빠른 주기로 업데이트를 하고 실험을 해도 성공적인 결과는 2주에 한 번 정도 나왔던 것 같아요.”
실험의 성공 여부는 어떻게 판단한 걸까요?
“목표가 명확하면 가설이 명확하면 실험의 성공 여부를 쉽게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플레이 후, 시간 순서대로 클립을 정렬해 보여주면 유저들이 더 많이 볼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이 보는 유저들의 리텐션은 높아질 것이다’ 이런 가설을 세웠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럼 볼 데이터가 확실하죠. 플레이 이후 클립의 클릭율, 제품의 리텐션. 올랐다면 맞는 가설, 오르지 않았다면 잘못된 가설인 거예요.”
지금껏 본 적 없는 수치, 리텐션 84%.
그렇게 6개월 정도 지났을 때였습니다. 한 달이 지나도 계속해서 앱을 사용하는 유저는 84%였어요. 50%의 유저들은 시간이 더 흘러도 도르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 수치만 봐도 대단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따로 있었어요. 당시 도르 윈도우 앱에는 인증서가 붙지 않았어요. 그럼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크롬 브라우저에서 ‘위험한 앱’이라며 다운로드를 차단해요. 이 신호를 무시하고 강제로 다운받더라도, 백신 프로그램이 설치 파일을 바이러스로 의심해 자동으로 지워버리고요. 휴지통에서 파일을 복구한 후, 백신을 잠시 끄고 다시 다운받았다면 윈도우 자체에서도 빨간 경고창을 띄웁니다. ‘이 앱은 PC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면서요."
“보통 이런 경고를 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기하고 다운 받지 않을 거에요.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는 순간 부터 설치하는 모든 경로에서 위험한 앱이라는 신호를 보내니까요. 그런데 도르는 달랐어요. 다운로드 버튼을 누른 사람 중 90%가 실제로 앱을 실행하는 데 성공했거든요. 이런 무시 무시한 장벽을 뚫고도 쓰고 싶은 앱이라는 거죠.”
정말 유효한 제품이라는 증거
“드디어 제대로 작동하는 제품을 만든 것 같았어요.”
유저가 열 명에서 몇 천 명 단위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보다 더 좋은 수치를 만들었거든요.
‘전환율 34%’가 팀 도르에게 ‘실제하는 문제를 찾았다’는 희망을 쥐어줬다면, 이후 6개월 간 만든 ‘리텐션 84%’는 ‘그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다’는 시장의 신호인 거예요.
더해 34%였던 전환율(랜딩 페이지 방문 대비 다운로드 비율)은 현재 87%까지 개선되었습니다.
“사실 랜딩페이지는 크게 바뀐 게 없어요. 처음에 ‘짝퉁 해킹 앱 같다’는 말을 듣고 약간의 수정을 거친 후로는 2년 동안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럼에도 수치가 드라마틱하게 바뀐 이유는 랜딩 페이지가 아닌 제품에 있어요. 개선을 거듭하여 제품이 좋아지니까 더 많은 사람들이 입소문을 타고 들어왔거든요. 추천을 받고 찾는 유저들의 비율이 늘어나니, 자연스레 전환율도 높아졌고요.
그럼에도 아직은 시작에 불과한 여정
제품이 매력적일 때 흔히들 PMF를 찾았다고 말해요. 특정 시장(고객)의 니즈와 제품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해지는 거죠. 조형래 대표는 PMF의 조건을 아래 세 가지로 정의했어요.
① 이 제품이 너무 좋아서 계속 사용할 의향이 있는가 → 리텐션
② 소수가 아닌 다수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인가 → 시장성
③ 돈을 내고서라도 이 제품을 사용할 의향이 있는가 → 수익성
"저희도 아직 PMF를 못 찾은 기업이거든요. PMF를 찾았다고 말할 수 있는 회사는 토스나 쿠팡처럼 돈을 벌기 시작한 회사들이죠."
그는 PMF를 찾는 여정에 응당한 순서가 있다고 말해요.
"첫 번째로 소수의 집단에서 제품을 사랑하는 사람들 1,000명이나 2,000명을 찾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이 그룹에서 높은 리텐션이 나와야 해요."
도르는 첫 번째 단계를 통과했습니다. 그다음은 시장성을 검증하는 거예요.
"이게 유저를 1만 명, 10만 명, 100만 명으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인지 확인해야 해요.
제품이 가진 힘을 바구니에 찬 물로 비유해볼까요? 좋은 제품으로 높은 리텐션을 만드는 건 바구니의 구멍을 없애는 일과 같아요. 한 번 들어온 물은 빠져나가지 않는 거죠.
그리고 시장성은 바구니의 크기와 같습니다. 시장 진입 전략을 똑똑하게 세워 물들이 마구 들어올 때, 바구니가 충분히 크다면 그 많은 물들을 담을 수 있는 거죠.
조형래 대표가 이 역동의 시간 속에서 깨달은 스타트업의 특징이 한 가지 더 있다고 해요.
"흔히들 스타트업의 성장을 J 커브로 일컫잖아요. 로켓처럼 가파른 성장을 만드는 것이요. 하지만 제가 경험하며 느낀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처음에 성장하다가도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멈춰요. 그럼 다시 다음 성장 엔진을 찾아야 해요. 유저가 많이 들어와서 희석된 리텐션 수치도 잡아야 하고요. 실상으론 이렇게 계단식으로 성장하는 과정들을 반복해야 하지만 멀리서 보면 J 커브를 그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요.”
살아남는 창업가의 조건 - 자신감과 비전
당시에 도르와 비슷한 제품을 만들던 팀들이 꽤 많았다고 해요. 지금은 다 사라졌지만요.
만나서 이유를 물었습니다. ‘돈이 없어서’, ‘시장 환경이 안 좋아져서’, ‘경쟁 제품이 너무 좋아보여서’. 하지만 조형래 대표는 달랐어요.
"저는 정반대의 생각을 했거든요. 경쟁 제품을 보고 '이런 앱들이 1,000억 펀딩을 받았다고? 200만 명이 사용한다고? 다들 미쳤나?’ 내가 훨씬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어요."
더 중요한 건, 창업자가 왜 이 사업을 하는지 명확해야 한다는 거예요. 조형래 대표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창업이 삶의 미션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대표는 돈을 가장 늦게 벌어요. 엑싯한다고 곧장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상장해도 락업이 걸려서 주식을 못 팔아요. 돈을 빨리, 많이 벌고 싶다면 주식이나 코인이 나을지도 몰라요. 코파운더가 되거나요. 창업은 그런 이유로 하는 게 아니에요. 돈이 아닌 진짜 이유가 있어야죠."
아직 행운은, 기회는 오지 않았다
오는 5월에는 미국으로 향합니다.
"저희 팀의 목표는 세계에서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거예요. 그리고 성공한 B2C 제품 중에 미국을 거치지 않고 성공한 제품은 거의 없어요. 한국에서 만든 제품이라면 분명 곳곳에 한국적인 문법이 숨어 있을 겁니다. 미국으로 가서 그들의 사고 방식과 습관에 맞춘 제품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2년 전에는 유저가 40명 정도 있었어요. 지금은 월간 활성 유저가 48만명, 누적 유저는 200만 명 정도 됩니다. 2년 간 약 1만 배 정도 성장한 거죠. 앞으로도 그 속도를 유지하고 싶어요. 1년 간 100배, 2년 간 1만 배. 2년 후면 4억 명이 되는데, 할 수 있을까요? 꿈은 클 수록 좋으니, 바꾸진 않겠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기간에 연연하지는 않았어요. 어쨌거나 목표는 확실하니까요.
"사업에서는 운이 9할이고, 그 운이 왔을 때 잘 올라타는 게 1할인 것 같아요. ‘언젠가 기회가 올 테니, 그 때까지 버티자.’ "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군주에게 가장 중요한 게 '포르투나'(운)와 '비르투'(역량)라고 합니다. 포르투나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요소고, 비르투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요소예요.
"아직 포르투나가 온 건 아닌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충분히 좋았지만, 더 좋은 순간들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내 포르투나가 언제 어떻게 올지는 신만 아니까 저는 그냥 꾸준히 계속 하는 거예요."
창업 하지 마세요
조형래 대표는 지금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을까요?
"창업이요. 안 하는 게 좋아요. 꼭 해야 될 이유가 아니라면 창업하지 마세요. 웃긴 소리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우주가 나를 창업하도록 밀어주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거 아니면 안 되겠다. 진짜 후회할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정말 안 하는 게 좋아요. 엄청 고통스러울 거예요.”
대신 창업이어야만 한다는 확신이 든다면 빨리 시작하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몇 가지 조언과 함께요.
① 어리면 어릴수록, 빠르면 빠를 수록 유리해요. 웬만하면 바로 시작해보세요. 속도가 생명이에요. 홈런을 치고 싶다면 타석에 많이 서야죠.
② 실패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돼요. 힘든 일이 있더라도 금방 털고 일어나야 해요. 어쨌거나 앞으로 나아가야죠.
③ 내가 뭘 만들고 싶은지, 무슨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가 명확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갈팡 질팡 헤매다 시간을 날리게 될 거예요.
④ 꼭 살아남으세요. 내가 잘못하면 혼자 망하는 게 아니라 팀원들도 다 같이 힘들어지는 거잖아요. 어떻게든 살아남는 게 중요해요.
조형래 대표의 이야기에는 두 가지 확신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목표에 대한 확신. '창업을 통해 인류를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게 한다'는 목표가 7번의 실패 속에서도 그를 붙잡았죠.
다른 하나는 유저에 대한 확신. 처음으로 유저에게 물은 질문이 도르를 만들었어요. 그 후로도 꾸준히 유저의 목소리리와 행동을 살피며 제품을 개선했습니다.
결국 거대한 목표는 숱한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게 만들고, 유저의 목소리는 올바른 방향을 가리킬 수 있도록 도왔어요. 둘 중 하나만 있었다면 오늘날의 도르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여러분의 창업에는 어떤 확신이 있나요? 그 확신은 수 년의 실패를 버틸 만큼 단단한가요?
